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돌보는 간호인력을 양성하고자 1964년 수도회로부터 시작된 소박한 시도가 이제는 57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큰 기둥이 되었습니다.
그 기둥을 떠 받드는 부산가톨릭대학교 8대 총장의 직무를 시작하며 공동체 여러분에게 인사 드립니다.
저를 총장의 직무로 불러 주신 학교법인 성모학원 손삼석 요셉 이사장 주교님과 역대 총장신부님들, 특히 전임 총장 신호철 주교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 자리에서 드리는 더 큰 감사는 오늘의 부산가톨릭대학교가 있도록 애써 주신 교직원과 학생을 비롯한 대학 구성원 여러분들을 향해 있습니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할 일을 해오신 여러분들이 계셔서 오늘의 우리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진리, 사랑, 봉사'의 교육이념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구현하고자 애쓰는 부산가톨릭대학교의 총장이 된다는 것이 저에게 엄청난 영광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학공동체 전체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야하는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과 걱정이 더 앞섭니다.
그것은 오늘의 한국 대학이 이제까지의 대학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격랑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문명사를 가르는 대전환에도 보조를 맞추어야 하고,학령인구감소라는 현안과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하며, 싫지만 코로나19와도 함께 가야 합니다.
철학개념 가운데 Aporia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 뜻 그래도 풀이하면 '막다른 골목', '길이 없다'는 뜻인데, 대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사상사 안에서 보면 이 아포리아가 늘 새로운 이론, 새로운 사상을 낳는 출발점이 되어 왔습니다.
새로운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도록 하는 계기를 이 아포리아가 제공했던 것입니다. 저는 오늘의 대학이 처한 상황을 아포리아로 보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한줄기 조그만 빛을 찾기만 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은 새로운 대학을 위한 출구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이제까지 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사태를 보는 눈과,정확하게 핵심을 뚫는 힘, 통찰력입니다.
우리 공동체 모두 새로운 관점으로 사태를 직시하고, 통찰에 바탕한 상상력을 도구삼아 답을 찾아간다면 아포리아를 뚫고 새 사상이 움트듯, 새로운 대학상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대학의 모습은 '지속가능한 대학', '참 인재를 기르는 대학’일 것입니다.
Aporia 늘 새로운 이론, 새로운 사상을 낳는 출발점
지속가능한 대학
참 인재를 기르는 대학
제8대 부산가톨릭대학교 총장
홍경완 신부
우리의 자랑은 '작지만 강한 대학', 강소대학입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강한 대학'은 유용한 전문지식을 쌓고, 출중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 높은 취업율을 자랑하는 대학이 아닙니다. 진짜 강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전문지식과 숙련된 기술, 능력 등은 오늘의 경쟁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에는 적합할지 모릅니다.그러나 사회가 아무리 변하고, AI가 많은 일을 도와준다해도 그것이 '인간사회임은 마지막까지 부인할 수 없으며, 그 인간사회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기본이 충실한 대학'이어야 합니다. 그 기본에는 가톨릭적 인간관과 사회관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성, 인성, 공동체성을 핵심 덕목으로 자리잡도록 하는 'Trinitas 인재'를 키우는것이 우리의 교육목표입니다. 마찬가지로 미래가치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미래로 눈을 향하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미래지향적 교육이 되도록 하는 '교육혁신',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연구혁신', 개방형 캠퍼스, 스마트 캠퍼스 구축을 위한 '인프라 혁신'이 그 내용입니다.
이 기본과 혁신을 화두로 삼아 공동체를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그것이 우리 대학의 슬로건,'미래가치에 기여하는 기본이 충실한 대학'이 품고 있는 속뜻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대학의 보물들입니다. 여러분은 우리 학교와 교직원, 모든 행정조직과 캠퍼스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여러분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훌륭한 인성을 소지하여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고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 대학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할 일입니다. 비록 수업도 비대면으로 해야 할 만큼 코로나19라는 낯선 상황 아래에 놓여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수업에 최선을 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핵심역량, 곧 창의역량,도덕역량, 융복합역량, 소통역량 등을 키우고 자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데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구약의 솔로몬 왕이 하느님께 청한것은 장수도, 부귀영화도 아닌 '듣는 마음이었습니다. 그청을 다시 드립니다. 대학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좀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습니다. 그것만이 진정한 소통을 위한 토대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여 구성원 여러분이 지닌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듣는 마음'으로 제게 맡겨진 리더로서의 총장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역대 총장님, 교직원, 학생과 동문여러분, 그리고 학부모님과 가톨릭공동체 여러분께서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보내주신 애정과 충고,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